REACH OUT
2024-05-02
“연구개발 10년 이상 걸리고 양산 보장 어려운데다 국내 개발품이란 선입견 끈기로 버텨내”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영풍전자는 1986년 설립돼 35년 이상 꾸준히 방위산업에 매진해 온 강소기업으로, 오랜 시간 묵묵히 한국 방위산업의 한 분야를 견인해 온 K-방산의 산증인이다. 회사는 그동안 정밀제어 및 신호처리 기술 기반의 제어 분야에서 초정밀 제어가 가능한 구동전력제어장치를 중심으로 국산 무기체계에 요구되는 수십 종의 핵심기술과 주요 제품을 개발해왔다.
영풍전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 개발에 도전하면서 다양한 제품을 앞서 준비해왔기에 여러 변수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이미 확보한 기술과 제품들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회사를 이끌어온 류하열 대표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인데, 병역 특례로 방산업체에 근무한 것이 계기가 돼 방산 분야에 장기간 종사하며 ‘정통 방산맨’의 길을 걸어왔다.
류 대표는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어려움을 넘고 나면 그것을 원동력 삼아 또 다른 어려움을 극복하며 불굴의 의지로 경영해왔다”면서 “연구개발만 10년 이상 걸리고 양산도 100% 보장되지 않는데다, 국내 개발품은 선입견을 갖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일례로 “통합예비비행계기의 경우 개발에 2년도 걸리지 않았지만 규격화까지 7년이 걸렸다”며 “끈기로 버텨 결국 국산화라는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영풍전자는 임직원 중 연구개발 인력이 30% 이상이며, 사업 분야 및 제품군 또한 지상·해상·항공·유도무기부터 항법장비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최근에는 악천후에서 운용 가능한 다목적 드론 및 드론 알고리즘 기술도 확보했으며, AI 기술 기반의 EO/IR 영상융합장치, 3세대 관성센서를 탑재한 관성·복합항법장치 등 미래 첨단 무기체계 기술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그동안 회사가 개발한 대표적 제품으로는 K9 자주포 송탄제어기, K10·K56 탄약운반장갑차 서보제어기, 조종수 열상잠망경(TDV), 다중영상주행시스템(MIFDS) 등 지상전력 분야와 수직발사장치, 지능형 함정 항행정보 전시기술 등 해상전력 분야 그리고 연료량측정장치(FQMS), 통합예비비행계기(ISI), 통합신호장치(ISPU) 등 다양한 항전장비와 항공기 전원관리시스템 같은 항공 분야가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최초로 개발한 항법시스템인 ISI는 헬기 등 항공기에 적용 중인데다, 최근 지상·해상용 항법장치도 개발에 성공해 시장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게다가 천무 등 다양한 미사일 구동시스템과 발사대 장치 등 유도무기 제품도 공급하고 있다. 이와 같이 수많은 제품들을 개발해 체계업체에 납품함으로써 지난해 6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ISPU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유로콥터사와 개발을 추진하다가 실패한 상태에서 뒤늦게 참여하여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또 ISI의 경우 개발에 성공한 후 감항인증을 받기 위해 1회당 2300만원씩 소요되는 비행시험을 수차례 실시하면서 결국 사용 적합 판정을 받음으로써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품목을 완전히 대체하게 됐다.
회사는 ‘창의·성실·인화’라는 사훈을 바탕으로 우수한 기술 인력과 제조 및 품질 경쟁력을 갖추었고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와 첨단 기술력을 통해 미국과 중동 등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함으로써 글로벌 방산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해외 마케팅 강화를 위해 해외사업 전담팀을 구성하고 필요한 인재들을 영입 중이며 최신 생산설비와 시험장비도 갖추었다.
또한 창업 이래 한화디펜스를 필두로 (주)한화, 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로템, STX엔진,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LIG넥스원 등 방산 대기업들의 협력업체로 등록됐으며, 2017년 국방품질경영상 수여식에서 대통령 표창 수상, 2018년 방산부품국산화 및 우수연구개발 관련 방위사업청장 표창, 2020년 군수품현장 품질·기술혁신 경진대회서 국방기술품질원장상을 수상했다.
이와 같이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과 원만한 협력관계를 이어오면서 정부의 업체 평가에서 매우 우수한 성적을 받아온 영풍전자는 이런 신뢰도를 바탕으로 규모는 작지만 해외업체에서 먼저 관심을 갖고 찾아오거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는 상황이다. 그 결과 2019년 1월에는 글로벌 방산업체인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후 협력업체로 등록됐다.
영풍전자는 ‘전 세계 방위산업 분야에 군용제품을 공급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아래 현재 구동장치, 터렛시스템, 전원 및 임무장치, 항공전기전자, HMI(인간-기계 상호작용), 센서응용 분야의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류 대표는 “연구개발 사업도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종속된 위치가 아닌 독자적인 참여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위산업 분야에 장기간 몸담아 국방에 기여한다는 자긍심도 크다는 류 대표는 방위사업청의 중소기업 육성 제도가 효과를 발휘하길 기대하면서 “궁극적으로 체계업체와 협력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방위산업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어려움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해온 류하열 대표의 강하지만 순수한 모습에서 방위산업의 또 다른 미래를 기대해본다.